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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rei

게티아

이름 있는 모브가 등장하며 교통사고나 유혈 묘사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위 요소에 대해 거부감이 있으신 분들은 부디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주변의 소리가 멀어지는 와중, 무언가를 알리는 종만이 울리고 있었다.

그 소리에 빨려 들어가듯이 한발짝, 한발짝 앞으로 내디뎠다.

저 건너편에서 두 명의 소녀가 나를 향해 손짓을 하고 있었다.

천사 같은 미소와 함께.

 

*   *   *

 

오늘은 기분이 좋은 날이었다.

부모님의 일로 인해 일찍이 해외로 이사를 갔던 나는, 고등학생이 되어서야 고향인 일본으로 돌아왔다.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해외에서 다녔던 나는 친구라고는 한 명도 없었고, 원래부터 몸이 약했던 내 건강을 생각해서 도시 외곽에 있는 작은 마을에 집을 샀다. 어렴풋이 기억하는 어린 시절은 도시에서 지냈기 때문에 당연히 얼굴을 아는 사람도 없었다. 불안이 소용돌이 치는 마음으로 맞이한 고등학교 첫날은, 생각보다 나쁘지는 않았다. 하지만 내가 입학한 시기는 이미 한 학기가 지난 9월이다. 학교의 그룹은 본래 새 학년이 시작한지 늦어도 3일에서 4일 안에 생기는 법. 내게 말을 걸어주는 학생들은 있어도, 이미 단단해질 대로 단단해진 그룹에 내가 끼어 들어갈 틈은 없었다.

그렇게 어찌할 수도 없이 날만이 흘렀고, 계속 친구를 못 만들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 겨우 내가 마음을 맡길 수 있는 친구를 찾게 된 것이다.

내가 전학을 간 학교는 교무실이나 교장실, 각 학년의 반이 있는 본교사와 부활동실이나 음악실과 같은 특별 교실이 주로 차지하고 있는 특별동으로 나뉘어 있는 곳이었다. 그러니 반 내부의 그룹에 속하질 못하겠으면 적어도 부활동에 들어가자는 마음으로 나는 그곳으로 발을 옮겼다.

그리고 나는 그녀와 만났다.

“미아?”

누군가에게 색을 빼앗긴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새하얀 소녀였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서양 인형과 같은 아름다움을 그녀에게서 느꼈다. 어느 장인이 세심하게 하나하나 깎아 만든 것 같은 새하얀 피부, 봄의 꽃을 연상시키는 머리카락, 두 개의 핑크색 캣츠아이가 박혀 있는 듯한 눈동자, 그리고 모양 좋게 자리잡은 코와 입술. 그녀의 입이 자아내는 목소리는 부드럽고 사근사근하여 듣는 이를 한순간에 사로잡았다. 분명 천사 같다는 말은 그녀를 위해 있는 말이겠지.

“……그렇게 바라보면 아무리 나라도 부끄러운데.”

숨 쉬는 것도 잊고 그녀를 가만히 보고 있던 내게, 그녀는 곤란하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나는 그 말에 퍼뜩 정신을 차리고 서둘러 사과했다.

“아, 미, 미안! 미아는 아니고, 그냥, 부활동 견학을 좀…….”

“견학? ……아아, 네가 이번에 전학 왔다는 애구나.”

“아, 응. 교텐 마이야.”

“나나세라고 불러, 다들 그렇게 부르니까. ……어디부터 견학할지 모르겠다면, 내가 있는 합창부부터 견학 올래?”

검지를 입에 가져가며 윙크를 하는 그 모습에 홀린 듯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나세를 따라 도착한 곳은 특별동 안쪽 구석에 있는 부실이었다. 평범한 교실처럼 생긴 그곳은 책상이 가지런히 놓여, 앞쪽에 검은 그랜드 피아노가 하나 놓여있었다. 아직 활동 중인 동아리 치고는 사람이 없었지만, 부원이 없다는 그녀의 말을 생각하면 어느정도 납득이 갔다.

“견학 왔어요~…… 실례하겠습니다아~…….”

“오늘은 나 밖에 없으니까, 인사할 사람도 없지만.”

적당한 곳에 앉으라는 나나세의 말에 나는 가장 가까이에 있던 의자에 앉았다. 나나세는 내 앞자리에 앉더니, 간단히 부활동에 대한 설명을 했다. 그녀의 말로는 합창부라 해도 부원은 자신 외에는 다른 한 명 밖에 없으며, 그 학생도 여러 사정으로 인해 얼굴을 자주 볼 수 없다고 한다.

“그러니까 딱히 하는 활동은 없어. 가끔 또 한 명이 얼굴을 비췄을 때 노래 몇 곡을 부르는 정도.”

거기서 말을 한 번 끊은 나나세는, 자리에서 일어나 선반에서 악보를 하나 꺼냈다. 색이 바랜 그 악보는 아마 오래 전부터 이곳에 있던 모양이었다. 그 악보를 들고 피아노를 향해 걸어간 그녀는, 의자에 앉아 악보를 펼치더니, 천천히 건반을 누르기 시작했다.

부드러운 피아노의 선율이 내 귀를 간질였다. 예전에 봤던 어느 영화에서도 들렸던 이 곡의 이름은 뭐였더라. 몽환적이고 평화로운 분위기가 순식간에 교실 안을 채웠다. 스르륵, 눈이 감기기 시작했다. 피아노를 연주하는 나나세의 모습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과도 같아, 멍하니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어디선가 희미하게 들리기 시작한 노랫소리와 나를 향해 미소를 짓는 나나세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나는 그만 의식을 놓고 말았다.

 

“……이. 마~이!”

“으, 으응……?”

“하교 시간이니까, 어서 일어나지 않으면 혼날 걸?”

“아……. 미안, 깜빡 잠들었어.”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높게 떠있던 태양은 어느새 저 지평선 위에 걸려있었다. 멍하니 목소리가 들린 쪽을 바라보면, 내 모습이 우스운 것인지 소리 내어 웃으며 날 바라보는 두 개의 루비처럼 붉은 눈과 마주쳤다.

“나나세……?”

“아직 잠 덜 깼어?”

자자, 어서 가방 챙기고 집으로 가야지. 내 부름에 고개를 기울인 그녀였지만, 금방 교실 바닥에 떨어져 있는 내 가방을 들며, 그녀가 말했다. 나는 가방을 받고, 그녀를 따라 부실 밖으로 나갔다.

복도를 걸으면서 점점 정신이 맑아졌다. 벚꽃을 닮은 머리카락, 눈처럼 새하얀 피부. 처음 봤을 때와 똑같았지만, 그녀의 눈만은 처음과 달랐다. 혼잣말을 하듯 그 부분을 지적하면, 내 말을 들은 그녀는 웃으면서 “아하하! 아직도 꿈 꾸고 있는 거야?”라며 대꾸했다.

학교를 나오고 한발짝 앞서 걷고 있던 나나세는, 어느 기찻길 앞에서 멈춰 서더니 뒤를 돌아보았다. 여전히 예쁜 미소를 짓고 있는 그녀의 눈은 처음 보았던 핑크색 캣츠아이였다.

“나는 여기서 쭉 갈 건데, 너는?”

“나는 오른쪽.”

“그럼 여기서 작별이네.”

그럼, 내일 보자. 손을 가볍게 흔들고는 나나세는 앞으로 걸어갔다. 띵띵띵, 시끄러운 소리가 울리며 안전대가 천천히 내려왔다. 나를 향해 다시 손을 흔드는 그녀에게 답하기 위해 손을 들었다. 그 순간 빠르게 지나가는 열차와, 그 바람에 나부끼는 머리카락. 안전대가 올라갈 때는 그 자리에는 아무도 없었다.

 

*   *   *

 

그날을 기점으로 나는 무언가에 홀린 마냥 합창부에 자주 발을 옮기게 되었다. 물론 이따금 다른 부활동 견학도 했지만, 들어가고 싶다 생각하게 될 곳은 없었고, 지금까지 계속 학교에 녹아들지 못하는 나를 받아주는 곳은 그곳 밖에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날 들었던 노랫소리가 계속 내 머릿속에 맴돌았다.

그날 들었던 것은 어떤 곳이라도 맑게 뻗어 나갈 것만 같은 매력적인 목소리였다. 듣고 있으면 아픈 마음도 치유될 것 같은,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지며 그에게 행복감을 주고 공감을 이끌어내는 마성을 가진 노래. 세이렌이 실제로 존재했다면 그와 같은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고 있었겠지. 그날 들었던 그 짧은 소절은, 누구인지 모를 그 목소리가 내 마음을 빼앗아 가기에는 충분하고도 남았다. 분명 그 누구의 마음이라도 빼앗을 수 있을 것이다.

나나세도 분명 좋은 목소리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녀와는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날 부실에 나와 나나세 밖에 없었다면, 그 목소리의 주인은 누구일까? 나나세에게 물어도 답을 얻을 수 없는 질문은, 나를 더욱 합창부라는 공간으로 이끌리게 만들었다.

“혼자 동떨어져, 있어도 없어도 신경 쓰는 사람은 없어. 다른 부분은 있지만, 네 예전과 가장 닮았기도 해. 저건 네게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구멍이야.”

문을 열려던 순간, 안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문을 살짝 열고 안을 엿보듯이 들여다보면, 나나세는 책상에 걸터앉아 누군가와 대화를 하고 있었다. 다른 부원이 오늘은 출석을 한 모양이다.

“……괜찮아, 다시 예전처럼 지낼 수 있을 거야.”

누군가를 위로하는 듯한 음색이었다. 대화의 흐름은 따라갈 수 없었지만, 대화의 상대는 지금 슬퍼하고 있음이 전해졌다.

나나세는 문득 무언가를 깨닫은 듯이 고개를 획 돌려 이쪽을 바라보았다. 그 어떤 감정조차 느껴지지 않는 무표정. 어두운 교실 속에서 그녀의 눈이 붉게 빛났다. 그것을 본 순간 몸이 얼어붙었다. 느껴본 적 없는 압력이 몸을 짓누르는 감각에 휩싸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나나세가 교실 문을 완전히 열면서 부드러운 미소로 나를 맞이했다.

“오늘도 왔네. 다른 곳의 견학은?”

“으, 응. 오늘은 뭐라고 할까, 나나세의 피아노가 듣고 싶은 기분이라.”

몸의 긴장이 풀렸다. 나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으로 들어갔다. 나나세는 저런 표정도 지을 수 있구나 싶었다. 조용한 사람이 제일 무섭다는 말이 이제서야 이해가 됐다.

“후후, 농담은. 그래도 우리 합창부가 마음에 든 모양이네.”

나나세는 그리 말하면서 피아노의 덮개를 올렸다. 내가 찾아오면 나나세는 피아노로 곡을 연주했고, 나는 그녀의 연주를 들었다. 그것이 어느새 나와 나나세의 일상이 되었다. 그녀의 연주는 조용하지만 그 안에 연주하는 곡의 감정이 소용돌이치고 있어 듣는 매력이 있었다. 물어본 바로는 그녀가 피아노를 배운 것은 어릴 적이라고 한다. 원래는 아픈 동생을 위해 연주하던 것이었지만, 고등학생이 되고 튼튼해진 동생의 제안으로 그녀와 동생은 합창부에 들어와 그들의 재능을 떨쳤다고 한다.

동생의 얘기를 하는 나나세의 얼굴은 평소의 날카로운 느낌이 전부 사라져 있어, 그녀와 동생이 얼마나 사이가 좋았는지 알 수 있었다. 나는 혈연이 없어 잘 모르겠지만, 이렇게 혈연끼리 사이가 좋은 것은 드문 케이스라고 한다. 뭐, 모든 혈연이 사이가 나빠야 하는 것도 아니니 별다른 생각은 안 들지만.

“……나나세의 동생은 어떤 사람이야?”

“내 동생? 으음, 그렇네. 너랑 닮은 붉은 눈동자를 가지고 있어. 보석처럼 반짝반짝 빛나서, 무척 예뻤지. 성격은 활발하고, 긍정적이고…….”

내 질문에 나나세는 연주를 멈추어 대답했다. 허공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에는 따스한 빛이 서려 있어 그녀가 정말로 동생을 좋아하는구나 싶었다.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떨어지는 별과 같은 아이라고 할까.”

“별?”

“응. 자신의 모든 것을 불태워서 빛나는 별.”

구름이 해를 가린 것일까, 교실 안에 그림자가 드리웠다. 고개를 숙이고 있는 나나세의 얼굴은 긴 머리카락에 숨겨져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알 턱이 없었다. 잠깐의 침묵 후, 그녀는 고개를 들고 말했다.

“하지만, 괜찮아. 곧 다시 만날 수 있으니까.”

그리 말하는 나나세의 미소는 소름 끼칠 정도로 아름다운 것이었다.

 

“교텐 씨.”

오늘은 부모님과 함께 외식을 하기로 약속한 날이었기에 평소보다 일찍 부실을 떠났다. 가방을 가지고 신발을 갈아 신고 있을 때, 누군가가 내게 말을 걸었다.

“아, 이즈미.”

이즈미 이오리. 나와 같은 반이자 반의 회장인 여학생이었다. 보면 볼수록 빨려 들어갈 듯한 검은 머리카락과 흐린 하늘 같은 회색 눈동자와 그와 상반되는 새하얀 피부, 그리고 곱게 자리잡은 눈 코 입. 교칙에 어긋나지 않도록 모든 파츠를 바르게 입은 교복과 머리카락을 반 묶음으로 단정하게 묶고 있는 것은 그녀의 시그니처였다. 보기만 해도 바른 학생처럼 보이는 그녀의 외모 답게, 그녀는 실제로 우수한 학생이었다.

모든 과목의 성적은 언제나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었고, 학교에서 배우지 않는 것들도 많이 알고 있었다. 공부에 관해 모르는 것을 물어보면 다소 귀찮아 하는 듯해도 이해가 쉽도록 설명해 주었으며, 교내외에서 절대로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 그런 행실 덕분에 선생님들을 그녀를 좋아했다. 하지만 동시에 수업노트를 베끼려 하거나 이즈미를 티쳐스 펫 (Teacher’s Pet; 선생님의 환심을 산 학생을 일컫는 말) 이라 부르며 비꼬는 몇몇 학생들 때문에 고생을 하는 모양이지만.

“무슨 일이야?”

“별일은 아니지만 그저, 요즘 자주 합창부로 향하신다는 말을 들어서.”

“응, 친구가 합창부 소속이라……. 아, 혹시 부활동 가입도 없이 찾아가는 건 교칙 위반이야? 그렇다면 내일 신청서 들고 갈 테니까…….”

“아뇨, 그런 교칙은 없습니다. 그러니 안심하세요. 하지만…… 교텐 씨, 저희 학교에 합창부는 없습니다. 정확히는, 있었으나 사라진 부활동이죠.”

“없어졌다니?”

“예전에 근처 기찻길에서 사고가 있었거든요. 이 근처에서는 크게 화제가 되었던 사건이었죠. 그 사고에서 저희 학교의 유이한 합창부 부원들이 숨을 거두었어요. 때문에 합창부는 폐부, 그 부실은 두 사람을 기리기 위한 장소가 되었고요.”

그 뒤로 합창부가 다시 개설된 적은 없었으니, 저희 학교에는 합창부가 없는 게 맞습니다. 지금도 추모를 하러 오시는 선배 분들도 있으니, 그 부실은 아직도 하얀 꽃으로 가득 차 있겠죠. 이즈미는 시선을 아래로 내리며 말했다. 만약 이 말이 진실이라면, 내가 자주 향하던 부실은 무엇이며 자신을 합창부 소속이라 소개한 나나세는 어떻게 된 것인가.

아직 정보 처리를 전부 하지 못한 나를 내버려두고 이즈미는 다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렇네요. 최근이라고 할까, 1년 전부터 저희 학교에 이런 소문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소문?”

“방과 후, 특별동에서 합창부의 두 소녀가 나타나 사람들을 홀려 자신들과 똑 같은 꼴을 당하게 만든다는.”

“아하하, 이 학교에 죽은 학생들의 귀신이라도 나타난다는 거야?”

“뭐어, 늘어놓은 말만 보면 그렇게 되겠네요. 이건 그저 소문일 뿐이지만, 조심하시는 편이 좋지 않을까요.”

속을 보여주지 않는 사람만큼 위험한 건 없으니까요.

 

*   *   *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이즈미가 남긴 말이 머리속을 헤엄쳤다. 예전에 합창부는 폐부 되었다, 유이한 부원들이 죽었다, 그와 관련된 이상한 소문이 돈다. 이즈미가 거짓말을 하거나 장난을 칠 사람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지금으로서는 믿기 힘든 것들이었다. 자신을 합창부라 소개한 나나세는 극히 평범한 학생으로 보였다. 나와 같은 교복을 입고, 나와 같은 실내화를 신고, 나와 같은 가방을 가지고 다녔다. 내가 합창부에 가도 그녀는 피아노를 치거나 나와 잡담을 나눌 뿐, 소문이 말하는 것 같은 특이한 행동은 하지 않았다. 애당초 내가 찾아가는 교실에 꽃처럼 보이는 물건은 존재하지 않았다. 나나세의 말에 따르면 그 교실은 예전에 음악실로 쓰이던 곳이라 책상과 의자, 칠판, 그리고 피아노가 전부였다.

인터넷을 찾아봐도 그와 관련된 기사나 글은 보이지 않았다. 오래전 일이라 최근 사건에 묻혔거나, 이미 지워졌거나, 너무 시골에서 일어난 일이라 아예 외부에서는 문제시되지 않았거나 등의 이유로 찾지 못한 걸 수도 있지만.

어디서 더 이상의 정보를 얻을 지 몰라 내일 학교에 가면 물어볼 생각이었다. 나나세도 이곳에 계속 살고 있었다면 무언가 알고 있겠지. 그렇게 결심한 순간, 저 앞에 익숙한 인영이 다른 한 명의 여학생과 함께 걸어가고 있었다.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봄의 머리색과 그 옆에서 나란히 움직이는, 해가 지는 노을처럼 잔잔하게 불타는 머리색. 직감적으로 그들이 나나세와 그녀의 동생임을 알 수 있었다.

그들을 부르려던 찰나, 둘은 우뚝 멈춰 서더니 나를 바라보았다. 두 쌍의 보석 같은 눈이 나를 바라보았다.

“아, 마이다! 하교하는 중?”

붉은 아이가 내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 평균보다 살짝 높고 활기가 넘치는 목소리였다. 그리고 그 목소리를 들은 순간 나는 깨닫았다. 내가 찾고 있던 것은 바로 그녀의 목소리였다고. 그것을 깨닫은 순간 마치 물 속에 빠진 듯이 주변의 소리가 멀어졌다. 그와 동시에 귀에 유난히 그녀의 목소리가 크게 울렸다.

“언니 덕분에 마이에 대해 많이 들었어. 한 번 실제로 만나보고 싶었는데, 오늘 만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즐거운 듯이, 노래를 하듯이 말하는 그녀에 이끌리는 마냥 나는 그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멀리서 종이 울리는 것이 들렸다.

“오늘, 우리랑 같이 가자.”

그 종소리에, 붉은 소녀의 목소리에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한발짝 내디뎠다. 나를 향해 손짓을 하는 나나세는 지금껏 보았던 그 어떤 것보다 밝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덜컹, 덜컹, 덜컹. 무거운 것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의 외침이 들렸다.

날카로운 소리가 들렸다.

갑자기 두 소녀가 사라지고 푸른색이 보였다.

흐려지는 시야는 붉게 물들고, 그 너머로 웃으면서 나를 내려다보는 두 소녀가 보였다.

그들은 여전히 처음과 같은 천사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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